이번 주말에, 사 놓고 안 읽었던 책 <배드 걸 굿 걸>을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쬐끔 지루했던 초반부를 넘고나니 너무 재미있어서 손에서 떼질 못했네요. 드라마, 리얼리티쇼, 영화, 잡지 등 대중매체에서 여성을 어떻게 재현하는지 분석하고 그를 토대로 현재의 성차별주의를 진단하는 책인데요. 그 가운데 여전사를 분석한 내용이 흥미로워서 공유해봅니다.
"환상은 이런 것이다. 여성은 더 이상 희생자가 아니라 승리자이고, 더 이상 말을 아끼지 않고 자기주장을 분명히 하며, 한 남자가 아닌 다른 여성들이나 집단에 소속될 뿐만 아니라, 가부장제의 덫에 걸리지 않고 오히려 이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티팬티를 입은 여전사들은 여성들이야말로 힘과 공격성을 여성성 및 섹슈얼리티와 결합할 수 있으며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다
(..) 여전사들은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굳건히 했고 여성이란 도자기 같은 피부에 가슴이 풍만하고 날씬해야만 여느 남성만큼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얼마나 강하든지 간에 여성에게는 날씬하고 아름다우며, 여성성을 어떻게 무기로 사용하는지 아는 것이 더 중요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여전사는 섹슈얼리티로 인해 잘못된 남자들과의 문제에 휘말리거나 가까운 지인들을 위험에 빠뜨렸다.
마지막으로 분명한 사실은, 이 여성 영웅들이 신화적 과거, 지옥문이 있는 곳이나 지하세계 혹은 간첩의 가상 세계와 같이 환상적인 어떤 세계에서만 강한 힘을 지닌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소녀들이 타인에게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여 자신에게 힘이 있다고 느끼는 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181-182)